[송경애 칼럼] 나눔, 행복을 연습하고 정복하는 길
20세기 대표 지성인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그의 고전 <행복의 정복(The Conquest of Happiness)>에서 ‘행복한 사람은인간과 사물에 대해 사랑과 관심을 지니면서 스스로 행복을 확보해 간다’고 말했다. 행복은 결코 주머니 속으로 우연히 굴러들어오지 않으며, 오직 쟁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사랑을 주는 사람만이 사랑받는 사람이 될 수 있으므로 자신의 내면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삶에 대한 열정과 관심을 바깥세상으로 돌리라고 조언한다.
세상과 소통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증폭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나눔’이다. 개인적으로 ‘기부’ 보다는 ‘나눔’이란 표현을 더 좋아하는데 나눔에는 그 어떤 속 깊은 애틋함이 담겨 있는 듯해서다. 나눔은 즐거운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 책임이나 의무 등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나눔은 단순히 ‘주는’ 행위로 끝나기 때문이다.
필자는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비록 적더라도 나눌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나눔을 나 자신을 위한 일종의 ‘선물’로 생각하는 ‘펀(Fun) 기부’를 추구한다. 2010년 2월, 한 자선단체에 2,010만 214원을 기부했다. 50세 생일인 2010년 2월 14일을 기념해 책정한 금액이다. 축하케이크를 사고 외식을 하기보다는 그 경비를 기부함으로써 기념일의 의미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액수를 떠나서 기부자의 이름을 당당히 알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문화 역시 필요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는 ‘아너 소사이어티’라는 고액기부자 모임이 있는데, 필자는 2011년 여성 기업인 1호로 가입했다. 현재 총 1,800여 명 회원 중 약 350여 명의 여성 회원들은 별도로 ‘W 아너스 클럽’을 결성해 새로운 사회공헌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필자는 이 모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작년에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개인 기부 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입각한 기부도 매우 중요하다. 배달의 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가 사랑의 열매에 50억 원을 기부한 사실은 기업가의 기부가 35%(선진국 80%)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춰볼 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 오드리 헵번이 남긴 명언이 있다. “기억하라, 만약 당신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당신 팔 끝의 손을 이용하면 된다는 것을. 그리고 점점 나이가 들게 되면 당신이 다른 손도 가지고 있음을 기억하라. 이때 첫 번째 손은 당신 자신을 돕기 위한 것이고, 두 번째 손은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임을.” 그녀의 말처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 다른 한 손을 양보하는 나눔 천사들이 주위에 더 많아진다면 세상은 한층 살만해질 것이다. 일상적 나눔을 통해 행복하기를 연습함으로써 마침내 행복을 정복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기사원문 http://www.ceopartner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