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의 ‘여걸’ 송경애 BTI코리아 사장
휴렛팩커드, 크라이슬러, 씨티은행, 피자헛, 펩시, 에스티로더, 영국대사관….
한국에 들어와 있는 세계적 기업이나 기관인 이들의 공통점은 한 여행사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들이 전속으로 이용하는 여행사 ‘BTI코리아’는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권 판매실적은 국내 여행사 중 열 손가락 안이며, 작년에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현재 100여개 다국적회사와 20여개 국내 업체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87년 설립된 이 회사에는 빼어난 외모와 탄탄한 경영능력을 겸비한 ‘맹렬 여성’ 송경애(42) 사장이 있다.
“제 휴대폰은 24시간 대기상태입니다. 새벽이라도 급한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죠. ” 지난 IMF 때, 한국을 방문한 씨티은행 본사 사장의 자가용 비행기가 고장나 다음날 일본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됐다는 연락을 새벽 2시에 받은 뒤 곧바로 비행일정을 해결해준 일도 있었다.
‘외국기업 전문’이라지만, 이 회사의 항공권은 비싸지 않다고 한다. 몇 년 전 도입한 ‘최저요금보상제’는 같은 조건의 항공권을 가장 싸게 제공하지 못하면 2배를 보상해준다.
그가 천직으로 여기는 여행업을 시작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에 다니다 잠시 국내에 들어왔다.
“제가 아는 항공사 스튜어디스 언니가 여행사를 해보라고 하더군요. 영어도 잘하고, 성격 쾌활하고, 사람 만나는 것 좋아하고, 국제 비즈니스 감각도 있고…. ”
하지만 아무래도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는 국내 기업보다는 외국인을 상대해야겠다고 방향을 잡았다. 길에서 만나는 낯선 외국인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주었고, 전화번호부를 뒤져 외국인 이름과 회사를 찾아내고 모임도 쫓아다녔다.
사람을 만나면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대했다. “당신은 나를 만나 행운이다”라는 식의 믿음을 주고, 서비스는 끝까지 책임졌다.
당시 첫 거래를 텄던 서울 연희동 외국인학교는 지금도 고정고객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90년 초 여행업계를 잠시 떠났던 그녀는 96년 두 아이의 엄마로 다시 돌아왔다. 정체된 회사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회사는 다시 비약했다. 전 세계 80여개국에 영업망을 가진 세계 거대 여행그룹 ‘BTI’와 전격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3년 동안 한국 파트너를 물색하던 BTI측은 그를 만나보고 불과 2시간 만에 한국측 책임자로 선정했다.
송 사장은 앞으로 ‘소사장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행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내년쯤 전문 교육기관도 세울 꿈을 가지고 있다.
글=張一鉉기자 ihjang@chosun.com